1. 개요
저자는 거짓 신 숭배가 보편적으로 시행되던, 그리스도 이전 시대에 로마인들이 겪었던 재난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저자는 로마인들이 그 신들로부터 재난에서 보호받기는커녕, 모든 재난 가운데 유일하고, 적어도 가장 큰 재난 – 관습의 부패와 영혼의 사악함으로 압도되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2. 마르켈리누스에게
마르켈리누스, 자네가 짐작 하듯이 로마인들도 우리의 주장을 어떻게 해서든 반박하려 들겠지. 그러니 이 논쟁이 얼마나 힘겹고 지루할 것인가? 우리가 하는 일이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그대와 다른 사람들에게 유익하고 적절한 것이 되기를 바라네. 다만 스스로 재판관을 자처하면서 트집을 잡는 사람들에게 즉흥적으로 대꾸할 필요는 없을 듯싶군.
로마가 침공을 받았을 때 본질적으로 무너져 내린 것은 도덕이라는 방벽과 긍지가 무너진 것이었지.
그런데 지금 우리가 상대하고 있는 그 로마 시민들은 너무나 답답한 사람들인 듯싶군. 심지어 비가 오지 않는 것도 기독교 탓이라고 하더군. 사실, 가뭄이라는 것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일인데, 그 일까지 기독교를 탓하는 것은 정말 역겹다는 생각이 드는군. 기독교가 로마에 전파되기 전에 있었던 수많은 재난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궁금해지는군.
진실한 신앙이 없으면 아무리 유능한 사람이라도 오만해지고 타락하기 쉽지. 게다가 로마의 신들은 자신들을 숭배하는 도시나 백성들의 삶과 도덕에 무관심해서 잔학하고 추악한 일이 가득 차도록 방치하는 셈이지. 하지만 기독교가 퍼진 곳에서는 그 어디든 올바른 계명을 들려주는 교회들을 만날 수 있다네.
일찍이 플라톤이 국가에 대해 말하면서 시인들이란 진리에 상반되는 자들이기 때문에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옳지 않을까?
인간을 기만하고 참된 길로 인도할 수 없는 정령들을 숭배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따지고 보면, 로마는 선한 관습의 제정 및 악한 관습의 개선에서 신들에게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고, 오히려 그들의 법률이 정의를 말하고 있으니 이것이야 말로 신들의 추악함을 능가하는 것이요, 결과적으로 신들의 잘못을 뒷받침하는 것 아니겠는가?
만일 로마인들이 신들이 제정하는 법률을 받을 수 있었다면 굳이 아테네 사람들에게서 솔론의 입법을 빌려오지 않아도 됐겠지.
하지만 그들의 신은 정작 악한 정신, 악한 생활, 악한 습속으로 공화국이 멸망당하도록 방치했고 오히려 신들의 행동들은 악을 키우기만 했던 셈이지. 그밖에도 로마에서 자행된 일들을 생각해 보게. 로마는 이미 자신들의 악 때문에 타락해 있었고, 이 도시에 기독교가 전파된 것은 훨씬 이후의 일이지. 로마는 이미 그들의 신들을 탓하지 않았지. 그렇다면, 왜 로마가 지금 당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굳이 기독교를 탓하는 것일까?
잘 생각해 보게. 기원전 카르타고 멸망 이후에 로마 조상들의 습속은 이미 심각하게 타락했지. 청년들이 쾌락과 물욕에 찌들었을 때, 과연 로마의 신들이 그들에게 과연 교훈이나 계율을 내린 일이 있던가? 전혀 없었지. 하지만 기독교는 예언자들과 복음서를 통해, 사도행전과 많은 서신 서들을 통해 쾌락과 물욕에 대해 얼마나 탁월한 경계의 계율을 주고 있는가!
그런데도 엉뚱하게 기독교를 탓하고 있으니 답답하군. 기독교의 건전한 가르침에 따르기만 하면 공화국이 번성할 수 있고 영원한 행복을 바라보며 살 수 있건만, 귀담아 듣는 사람보다 비웃고 비난하는 사람이 더 많더군. 오히려 그들은 국가의 존립과 평화는 도덕성 타락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하고 있으니 정말 안타깝네. 국가가 유지되고 존립하기만 하면 된다는 식이지.
더구나 로마는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오시기 훨씬 전에 이미 극도로 사악하고 추잡한 공화국이었지. 그들의 습속을 놓고 보면, 키케로의 정의(모든 공화국에 있어서 사회적 안정의 기초는 국민의 화합이며, 이는 정의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그의 저술에 따르면 공적인 것은 국민의 것이다. 국민이란 대중의 임의적 연합이 아니라 법률적 정의에 대한 동의와 이익을 공유하는 연합이다.) 대로 공화국이라고도 할 수 없고 이미 멸망했어야 마땅하지.
로마의 신들은 백성에게 계율을 내려 공화국이 멸망하지 않도록 했어야 하건만, 자신들의 추악한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고 자신들을 숭배하는 자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었지. 이처럼 로마의 신들은 숭배자들에게 아무 혜택도 주지 못하지만 기독교가 섬기는 하나님은 성도들에게 참되고 확실한 행복을 약속하셨지. 이러한 행복은 하나님만 베풀 수 있다네.
하지만 로마가 악습으로 인해 멸망해 갈 때, 로마의 신들은 악습을 바로잡는 일에 아무 손을 쓰지 않았지. 그럼에도 로마인들은 자신들의 재앙에 대해 신들을 탓하지 않았으면서도, 유독 이번 재앙은 기독교를 탓으로 몰아세우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군. 더구나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선하게 사는 것인지 보여주는 자들을 비난하기도 하지. 그러나 분명, 교회에서는 사람들에게 추하고 난잡한 짓을 구경하거나 본받으라고 요구하지 않지. 오히려 참된 하나님의 계명을 선포하고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라고 가르치지 않는가? 레굴루스, 스카이볼라, 스키피오. 파브리키우스의 후손들이여, 여러분이 따라야 할 것이 바로 이것 아니겠는가? 하늘의 도성은 참되고 거룩하며 평화로운 행복과 영원한 생명이 있는 곳이니, 그대들이 이러한 참된 행복을 얻고자 한다면 사악한 정령들을 버려야 하지 않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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