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저자는 이제 세 번째 종류의 신학, 즉 자연적 신학에 도달하여 자연적 신학의 신들에 대한 숭배가 내생의 축복을 확보하는 데 유용한지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는 이런 문제를 플라톤주의자들과 토의하기로 선택했다. 왜냐하면 플라톤의 체계가 여러 철학 중에서 “제1위”에 놓여있으며 그리스도교적 진리에 가장 근접해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논의를 진행시키면서 먼저 아풀레이우스를, 그리고는 마귀들이 신들과 인간들 사이의 사자요 중재자로 숭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모든 이들을 반박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악의 종이요, 선하고 현명한 사람들이 혐오하고 저주하는 것들, 가령 시인들의 신성모독적인 허구, 극장의 공연 그리고 마술에서 즐거움을 느끼며 후원을 해주는 마귀들에 의해서는 인간들이 선한 신들과 화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음을 논증하고 있다.
2. 마르켈리누스에게
사실 자연신학에 관해서는 철학자들과 다루어야 제대로 말할 수 있지. 철학이라는 단어는 지혜에 대한 사랑이라는 뜻이 있지. 참된 철학자는 참된 지혜이신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하겠네. 하지만 진리의 근사치로 말한다면, 철학자들이 바로의 학설을 훨씬 능가한다고 보이네. 나는 특히 플라톤 학파를 탁월한 사람들이라고 평가하고 있지.
그리스 철학의 두 학파가 있지. 이탈리아의 지역에서 유래한 이탈리아학파, 그리스라고 불리는 지방에서 유래한 이오니아학파로 나눌 수 있지.
이탈리아학파의 시조는 피타고라스이며, 철학이라는 이름 뜻이 그에게서 유래했다고 하더군. 피타고라스는 자신의 정체를 묻는 사람들에게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대답했다고 하지.
이오니아학파의 시조는 밀레투스의 탈레스이며, 아낙시만드로스는 만물이 각각의 고유의 원리에 따라 발생한다고 보았지. 그의 제자 아낙시메네스는 공기를, 그의 문하생 아낙사고라스는 만물의 조물주로 신을 각각 설명했지. 아르켈라우스는 분자를 아르케로 보았다고 하는데, 플라톤의 스승인 소크라테스가 바로 이 사람의 제자라고 하더군.
소크라테스는 철학이란 도덕적 행실을 바로잡고 규정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자연철학에서 방향을 전환시킨 최초의 인물이지. 선의 목적에 대해 소크라테스 학파는 각각 견해가 달랐지만, 그 제자 플라톤이 가장 탁월했다고 할 수 있지.
플라톤은 사변과 실천을 종합하여 도덕철학(윤리학), 자연철학(형이상학), 그리고 인식론(이성철학)으로 집대성했지. 내가 보기에, 플라톤은 출중한 인물이야. 플라톤에 따르면, 인간이란 자신에게서 발견되는 탁월한 그 무엇을 통해 모든 것을 초월하는 영역에 도달할 수 있는 존재지. 하나이고 참되고 지극히 선한 하나님께 도달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지. 하나님 없이는 어떤 사물도 존재할 수 없으며, 어떤 이론도 성립될 수 없고 어떤 관습도 유익을 줄 수 없지. 하나님으로 인해 모든 것이 근거를 가지게 되며, 하나님으로 인해 확실성을 얻을 수 있으며, 하나님을 사랑해야만 바른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지.
플라톤 학파는 하나님이 결코 물체가 아님을 깨달았고, 따라서 하나님을 찾아 모든 물체를 초월했던 사람들이지. 가변적인 것은 하나님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으며 가변성을 초월하여 나아간 철학자들이지. 플라톤 학파는 에피쿠로스 학파보다 탁월했지. 특히 진리의 인식에 관해 에피쿠로스 학파가 감각을 통한 인식을 말했다면, 플라톤 학파는 지성의 빛을 통한 인식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탁월한 철학자들이었지. 또한 윤리학에서는 최고선에 대해 탐구했지. 특히 최고선을 행복과 연관 지었지. 최고선에 대해 혹자는 육체에, 혹자는 정신에, 혹자는 양편에 달렸다고 했지만, 이들은 모두 인간이 행복해지는 것이 육체나 정신을 향유해서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을 향유함으로 얻어진다고 말한 플라톤 학파에게 최고의 자리를 내주어야 마땅하지. 참된 최고선은 하나님이요, 철학자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라고 말했던 플라톤 학파야말로 탁월한 지혜의 사람들이지. 철학자는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자들이요,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하나님을 향유할 때 참된 행복에 이를 것일세.
내가 보기에, 하나님이 피조물들의 조성자요 인식의 빛이시며 진정한 선이라고 주장한 플라톤 학파야말로 기독교에 가장 근접한 자들이라고 하겠네. 사도바울이 철학이나 헛된 속임수에 유의하라고 했지만, 플라톤 학파를 생각하면 모든 철학자들은 그런 헛된 부류로 볼 필요는 없을 듯싶군. 플라톤 학파가 유일하신 하나님, 조물주에 관해 우리와 견해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하나님을 빗물체적이고 불변하는 존재이자 인간의 빛이요 선이라고 보는 점에서 탁월한 철학자들이라고 할 수 있겠지.
이 점에서, 우리는 플라톤 학파와 토론하는 편이 나을 듯싶군. 플라톤이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니라. 하는 성서를 읽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하나님을 불변하는 참으로 존재하시는 분이라고 가르친 것에 다름없다네. 내가 특히 이 철학자들을 주목하는 것은 하늘과 땅을 지으신 유일하신 하나님에 관해 나름대로 훌륭하게 생각했다는 점이지. 하지만 아쉽게도 플라톤은 다수의 신들에게 제사를 바치는 것에 대해 거부하지 않았더군. 시인들이 존엄과 선함에 대해 부당한 노래들을 짓는다는 이유로 추방해야 한다고 여겼던 것과는 대조되는 대목이라고 하겠지. 플라톤 학파에 따르면, 영혼은 신과 인간과 정령들로 구분되고 그중에 정령들이 인간적 감정에 사로잡히면 외설스러운 축제와 시인들의 허구를 즐긴다고 보았지. 플라톤이 당대의 시인들을 혐오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지.
그런데 플라톤 학파는 선한 신에 대한 오해도 했었지. 플라톤은 정령들을 신이라고 믿지 않았지만, 숭배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다네. 아마도 관습적으로 정령을 숭배하며 신전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마음 상하게 하지 않으려는 것이었겠지. 플라톤 학파의 어떤 학자는 정령이 신은 아니지만 신과 인간의 중간 역할을 한다고 말해서 정령숭배와 신들에게 바치는 제의의 차이를 모호하게 만들어버렸지. 게다가 이집트 사람 헤르메스가 우상숭배가 폐지될 것이라고 예견하는 듯싶더니 정작 우상숭배를 폐지하면 불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점은 답답한 일이었다네. 우상숭배가 폐지되면 사당과 신전이 무덤으로 바뀌고 죽은 자들이 자신의 무덤이 있는 그 장소에서 신으로 숭배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지. 하지만, 죽은 자는 이미 하늘로 돌아간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견해는 옳지 않다네. 적어도 기독교는 순교자들에게 신적인 예배를 바치지 않지. 하나님만이 참 신이시기 때문이라네. 순교자들은 하나님의 거룩한 사람들이기에 그들을 기념하는 것이지 예배를 드리지는 않지. 우리의 유일한 예배의 대상은 하나님뿐이시기 때문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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